브랜드 스토리 Story L 력셔리 화보 Pictorial 브랜드 뉴스 Brand News 매거진 기사 아트&컬쳐 미디어 소개 광고문의

미국 특파원이 현지 취재한 2008 미국 럭셔리 시장의 음지와 양지

경기 침체 속 미국 럭셔리 시장의 양면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미국 소비 시장의 오늘은 극과 극으로 집약된다. 부동산 가격은 추락하는 반면 세계적 명품 브랜드, 수제 옷, 1000달러짜리 아이스크림 등 이른바 ‘생활 속 명품’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 심각성은 주택 경기에서 가장 도드라진다. 미국의 주택 경기 침체는 골이 깊고 가파르다. 부촌으로 유명한 베벌리힐스나 뉴포트 비치 등 LA 인근 호화 저택의 평균 거래 가격은 이미 13%(지난 4월 기준)나 떨어졌다. 특히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택지 랜초 팔로스 버디스 지역은 18%나 하락했고 뉴포트 비치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무려 34%나 가격이 떨어져 최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베벌리힐스 인근 고급 주거지인 브렌트우드의 평균 집값도 11.3% 하락했다.

정보 기술 기업의 거부들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지역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딜러인 브러튼 스미스의 경우 지난해 베벌리힐스의 저택을 1200만 달러에 구입했다가 지난 2월 50만 달러를 낮춘 1150만 달러에 내놓았지만 구매자가 나서지 않자 판매가를 아예 999만5000달러로 대폭 낮췄다. 구입가보다 200만 달러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부자들도 부동산으로 돈 버는 걸 이미 포기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LA의 선셋 대로 근처의 대규모 주택 가운데 집 앞에 ‘For Sale’ 팻말을 붙여놓은 곳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럭셔리 마켓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예전에 세일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급 백화점도 심심찮게 바겐세일을 실시하는 곳이 많아졌다. 시카고의 명품 거리 오크 스트리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사라 올브레히트는 “1년 전 같으면 럭셔리 마켓에서 세일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갈수록 극명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빈번한 세일에도 미국 내 럭셔리 마켓은 매출 둔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매스터 카드 어드버저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자동차 판매를 포함한 소비 매출이 4.5% 늘어난 반면, 럭셔리 지출은 단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목할 것은 럭셔리 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잘되는 품목은 매출이 꾸준히 느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엔 매출 감소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잘 되는 상품’의 대표라 할 만한 루이 비통의 평균 판매 가격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폭스 뉴스>는 루이 비통의 미국 판매 가격이 올 들어 5~10% 올랐다고 전했다. ‘리바이스’나 ‘브룩스 브러더스’ 등 평범한 미국 내 브랜드들의 평균 가격이 1998년 수준이나 그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실례로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스퀘어와 베벌리힐스 로데오 거리에 있는 루이 비통 매장은 여전히 돈 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매장을 찾은 ‘루이 비통 노스 아메리카’의 다니엘 라론데 회장은 “루이 비통은 올 들어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에게만 알려진 특정 럭셔리 브랜드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LA의 유명 쇼핑몰인 베벌리 센터의 한 가게 주인은 “잘되는 럭셔리 품목은 불황을 모른다”고 말한다. LA 서쪽 웨스트우드의 한 허름한 옷가게도 그런 명품 가게 중 하나다. 겉보기에는 그저 넓고 평범한 숍으로 보이지만, 이 가게 앞에서 리무진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뒤편 주차장에는 수십만 달러짜리 스포츠카가 널려있다. 미국을 통틀어 최고의 수제 옷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주인은 이곳을 찾아온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쁘다. 옷의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에 대해 얘기하고, 그 설명을 열심히 듣는 고객의 반응을 즐긴다. 주인인 리사 올레이 씨는 “명품은 팔고 사고파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함께 얘기하고 즐길 수 있어야 그 값어치가 있다”고 말한다. 고객들도 꼭 뭘 사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몇 번을 찾아와서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이 있어야만 지갑을 연다. 그 사람의 반응은 입소문을 타고, 이런 입소문이 새로운 명품을 만들어낸다.


1 명품에 대한 취향이 뚜렷한 미국인들이 편애하는 1959년 작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

‘명품 일상’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아이스크림이 화제를 모았다. ‘아이스크림이 비싸 봤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아이스크림 가격은 무려 1000달러.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이스크림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이틀 전에 예약을 해야만 맛볼 수 있는 이 아이스크림은 바닐라에 24K 식용 금박을 입힌다. 거기에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비싼 초콜릿 시럽, 과일 사탕, 금을 입힌 아몬드와 캐비아를 더한다. 크리스털 잔에 담겨 나오는데 잔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져갈 수 있다.

호텔 레지던스도 불황을 모르는 ‘생활 속 명품’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자신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세컨드 홈’의 개념이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기간 동안 호텔로 활용해 수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주효했다. 내 집에서 5성급 이상의 호텔 서비스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신개념의 주상 복합 빌딩. 공간이 넓은 데다 가구와 전자 제품이 구비돼 있고 룸서비스나 세탁, 주차 대행 등의 호텔 서비스를 동시에 누릴 수 있으니 피부로 느끼는 ‘럭셔리’라 할 만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명품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부 국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항상 노출되는 지극히 제한된 품목에 명품의 개념을 한정시키는 데 반해, 미국인들은 매우 폭넓게 명품의 영역을 확장한다. 어떤 이는 몇 년간 돈을 모아 최고의 머슬카를 구입하고, 또 어떤 이는 경비행기를 수집한다. 개개인의 취향이 또렷하고 이를 위해 기꺼이 거액을 쓰는 것이 미국인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여유가 생기면 집을 명품으로 만들어내는 데 신경을 쓴다. 땅이 넓어 집 공간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민족 사회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문화와 건축 양식을 자신의 공간에 승화시키려는 의지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누가 봐도 명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보편성을 느끼고, 보고, 평가하는 ‘눈’이 있다는 얘기다. 베벌리힐스의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저택은 수십 개의 방과 호화스러운 고급 자재 때문에 명품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집은 지중해식으로, 다른 집은 영국식으로, 또 어떤 집은 동양식으로 지은 베벌리힐스 자체의 다양성과 기품 때문에 세계 최고의 명품 주거 공간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이는 미국인들이 단순히 명품을 사용하고 소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품의 뜻과 가치를 계승하고 즐기는 데도 열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2 루이 비통은 미국에서도 ‘잘되는’ 명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인들이 ‘생활 속 명품’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럭셔리 시장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상 속 명품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최고의 명품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최고의 명품은 값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게 팔리는 것이 이치. 미국 경기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지만, 이러한 럭셔리 매장의 매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도 명품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옷과 백, 자동차는 물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속 상품과 공간을 명품으로 만들어내고 이를 자연스럽고 기꺼이 향유하는 세련된 문화가 필요하다. 명품을 소유하는 데 대해 편견을 가질 이유도 없다. 명품 시장과 럭셔리 마켓은 경제가 어려워도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

김경도 기자는 <매일경제>의 로스앤젤레스 특파원으로 정보기술IT와 바이오 산업 분야 기업을 비롯해 미국의 금융, 부동산, 정치, 사회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다. <신한국 경제 보고서>, <어린이 경제 교실>, <펀드로 돈 버는 100가지 방법> 등의 책을 썼다.


· Culture & Lifestyle Curator 디자인하우스 [2008년 7월호] ⓒ Desig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ist http://goo.gl/TjDkJ